도종환*******

가을비

마지막 잎새 2010. 9. 23. 08:26

 

 

       


      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읍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시집/접시꽃 당신/정직한 아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