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꽃등 / 류시화

마지막 잎새 2010. 10. 19. 05:30

 

 

 


 

   류시화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서둘러

꽃집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하나가

꽃집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