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나리소 / 도종환

마지막 잎새 2010. 12. 20. 07:02

 


 


 

나리소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가장 고요해지는 사랑이 깊은 사랑이다


나릿재 밑에 나리소 못이 가장 깊고 고요하듯
요란하고 진부한 수식이 많은 사랑은
얕은 여울을 건너고 있는 사랑이다


사랑도 흐른다  깊은 곳을 만나야 한다
여울을 건너올 때 강물을 현란하게 장식하던 햇살도
나리소앞에서는 그 반짝거림을 거두고 조용해지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동안 마음이 가장 깊고
착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랑이 아니다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해지지 않으면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중에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