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마지막 잎새 2010. 12. 22. 22:52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갯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그것이 인연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