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우리 이정하
함께 가고 싶었다.
어떤 길이던 너와 함께 가고 싶었다.
너는 남아 있고 나만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불행인 것을,
나는 아직도 얼마나 많이 내 뒷모습을 네게 보여야 하는가.
힘없이 늘어져 있을 내 어깨를
네게만은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나는 차마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다만 가슴이 아프다고만 했다.
네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가슴이 아프다고만 했다.
함께 가자, 우리.
맨손 맨몸이면 어떠랴.
가슴 가득 사랑만 품고 있으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은데....
-- 이정하 산문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