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그런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잎새 2011. 1. 18. 07:51

 

      그런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시집-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