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겨울나무 / 이해인

마지막 잎새 2011. 1. 24. 08:44


 

 

 

      겨울나무
      이해인

       

       

      흰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 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 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 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