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2011. 6. 5. 02:46

 

      내 사랑은 
       
                       문정희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조용하게
      오는 것이 사랑 이라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너와 전쟁을 했었다. 

      내 사랑은 언제나 조용하고 
      순수한 호흡으로 오지 않고, 
      태풍이거나 악마를 데리고 왔으므로.

      나는 그날부터  입술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뜨거운 열병에 쓰러졌었다. 

      온갖 무기를 다 꺼내어 
      너를 정복시키려고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가진 것 다 꺼내 주고 
      가벼이 온몸을
      기대기도 한다는데... 

      내 사랑은 
      팽팽히 잡아당긴 활시위처럼 
      언제나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숨막히는 조준으로 온밤을 지새웠었다. 

      무성한 장애를 뛰어넘으며
      생애를 건 치열한 전쟁을 했었다. 
      상처는 컸고 
      나는 불구가 되었으며
      단 한 번의 참전으로 
      영원히 네 눈속에 갇혀 버린
      한 마리 포로새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