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 이해인

마지막 잎새 2011. 8. 21. 04:11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 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의 화해한 후의
      그 티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못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 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