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안도현

나는 너에게 / 정호승

마지막 잎새 2011. 9. 20. 05:58





            나는 너에게

            정호승



            겨울비 오는 날
            나는 너의 빈 손을 잡고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겨울비 내리는 사막 위를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를 찾는데
            너는 지금 어느 길
            어느 하늘 아래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