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주막에서 / 김용호

마지막 잎새 2011. 12. 19. 05:59


 

 
 
주막 (酒幕) 에서
김 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친 길은
가없고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