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안도현

둘레 / 안도현

마지막 잎새 2011. 12. 29. 05:24


 



둘 레

안 도 현
 

이 술잔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입술을 갖다대고 술을 마실 수 없었겠지
그래, 입술에 둘레가 없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할 수도 없었을 테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 같이 술 마실 일도 없겠고,
술잔 속에 보름달이 뜨지도 않겠지
 
저 보름달에 둘레가 없었다면……
아무도 찐빵을 만들어 먹겠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래, 찐빵에 둘레가 없었다면……
그 뜨거운 찜통 속에서 부풀어오르다가
멈추어야 할 때를 잊어버렸을 걸
 
그렇다면……
보름달이란 무엇인가
찐빵이 하늘로 솟아올라 둘레를 갖게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