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사랑하지 않아도 / 전소영

마지막 잎새 2012. 1. 12. 02:46

    하지 않아도
    전 소 영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무채색 대지를 열고
    겨울의 기나 긴 이야기들 떠나가면
    나무 가지마다 회색의 문을 열고
    연록의 작은 꿈도 빈 바구니에 채우고 싶다.

    햇살이 비스듬히 매달린 가지를 잘라 내면서
    너의 과원에서 내리는 향기에 취하고 싶다.
    어두운 대지가 눈발을 받아 내릴 때

    황량한 벌판의 구석진 곳 닫혀 진 문을 열고
    흰눈처럼 달려 오는 너를 기다리고 싶다.

    결국 너를 부르지 않은 침묵이 죄가 되어
    닫혀 진 문을 열 수 없다 하여도
    낮은 하늘에 부서진 별을 보고
    너의 이름을 지어 부르면서
    향기로운 눈물을 흘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