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2012. 8. 18. 00:26

접시꽃 꽃씨를 묻으며 도종환
모든 것이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들판에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는 이 꽃씨를 묻습니다 이 들녘 곱디고은 흙을 손으로 파서 그 속에 꽃씨 하나를 묻는 일이 허공에 구름을 심는 일처럼 덧없을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약속입니다 온가락지같이 동그란 이 꽃씨를 풀어 묻으며 내가 당신의 순하던 손에 끼워주었고 그것을 몰래 빼서 학비를 삼아주던 당신의 말없는 마음처럼 당신에게로 다시 돌려주는 내 마음의 전부입니다 늦은 우리의 사랑처럼 저문 들판에 접시꽃 꽃씨를 묻으며 잊혀지는 세월 지워지는 추억 속에서도 꼭 하나 이 땅에 남아 있을 꽃 한 송이 생각합니다.
* 접시꽃 당신* 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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