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당신을 들여다봅니다. 어느 먼길을 걸어와 지금 당신이 제 옆에 잠들어 있는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언젠가 낯선 타인이었을 당신이 제 손이 미치는 곳에서 가벼운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게 마냥 신기합니다. 당신이니? 당신이 삼십 억 명 중 한 사람이었던 여자이었니? 그렇게 쉼 없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전 가슴이 뻑시게 저리고 아파옵니다. 나 같은 남자 뭘 믿고 더없이 소중한 마음과 몸을 맡기고 저처럼 아늑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지, 순간순간 놀라면서도 전 눈물이 납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해서 촛불 같은 당신 잠과 꿈을 꺼뜨릴까 조심조심하며 밤새 저는 당신 마음을 들여다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