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두 사람만의 아침

마지막 잎새 2013. 2. 14. 01:44





두 사람만의 아침
류시화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대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모여 지금
어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한때
우리가 빛의 기둥들
사이에서 두 팔로 껴안던 것들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있었다

한때 우리가 물가에서
귀 기울여 주고받던 말들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새와 안개가 떠나간
숲에서 나는 걷는다
걸어가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옛날의 불꽃을 본다

그 둘레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숲의 끝에 이르러나는 뒤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