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 김인선

마지막 잎새 2013. 3. 6. 00:17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김인선



등 굽은 늙은이가 지팡이로 땅 두드리며
깊은 곳 느낌 짚어내고
튀어나온 돌부리의 청아한 소리 듣는다

무성한 잎부터 다 벗어낸 알몸까지
비바람 눈보라 다듬으며
끊임없는 습작으로 다진
단단한 세포벽
새로운 부활을 본다

고독한 수행은 죽음을 벽에 가두어
생전의 형태를 잃지 않아
책상이 되고
아이가 드나드는 문짝이 되고
하얀 휴지가 되고
저 지팡이가 되었다

차갑고 외로웠던 삶
승화된 아름다운 시 아닌가
거만한 세포분열로
뜻 없이 개체 수만 비대해진
내 안의 핵
이 세상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