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마지막 잎새 2010. 8. 16. 05:09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돌이킬 수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새는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