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2010. 8. 24. 19:00
아흔 여섯 방울의 눈물
강태민
나는 먼 곳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에게 내 모습 들키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먼 곳에서 너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다. 바람이, 바람이 내가 서있는 숲의 나뭇잎새를 술렁술렁 흔들어놓고 있었다. 지나간 나의 모든 이야기가 갑작스레 낯설다.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작고 초라하게 여겨진다. 너와 함께하고픈 이 내 마음이여!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살아있음이라고 느껴지는데 하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 밤새운 아흔 여섯 방울의 눈물로 서있는 나를 너는 모른다.
나는 갈수록 너를 사랑하는데 나는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데 네가 내 모습을 어서 빨리 찾아내주길 기대하면서도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내 뜻을 배반한다. 언뜻, 너의 집 하얀 나무창문 흰 커튼 사이로 너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아주 가끔 이런 식으로 나는 너를 만나고 있지 숲 속의 작은 새처럼 단 하나의 숲밖에는 알지 못하는 그것만이 모든 세계인줄로만 아는 아주 어린 새처럼 지금 내 영혼은 너의 사랑이라는 숲에 갇혀버린 채 아흔 여섯 방울의 눈물로 가만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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