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랑하라 한번도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서가 (序歌)

마지막 잎새 2010. 10. 1. 02:49




        가을의 첫 줄을 쓴다
        깊이 생채기 진 여름의 끝의 자국
        흙탕물이 쓸고 간 찌꺼기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의 숨소리를 듣는다
        금실 같은 볕살을 가슴에 받아도

        터뜨릴 꽃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
        이제 바람이 불면
        마른 잎으로 떨어져 누울
        나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과 산다는 것의
        뒤섞임과 소용돌이 속에서
        쨍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가을의 첫줄에 쓴다



        이근배
        시가 있는 아침중에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