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 신현림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신현림 담배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 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7.01.09
푸른 하늘 / 김용택 푸른 하늘 김용택 나도 니 같은 봄을 갖고 싶다 어둔 땅으로 뿌리를 뻗어내리며 어둔 하늘로는 하늘 깊이 별을 부른다 너는 나도 너의 새 이파리 같은 시를 쓰고 싶다 큰 몸과 수많은 가지와 이파리들이 세상의 어느 곳으로도 다 뻗어가 나를 이루며 완성되는 찬란하고 눈부신 봄 나도 너..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2.04
혼자서 부른 노래 / 서정춘 혼자서 부른 노래 서정춘 살아서 텅 빈 날은 당신 없는 날 죽어서 텅 빈 날도 당신 없는 날 당신은 텅 빈 날만 아니 오십니다.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1.20
봄길 / 정호승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이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이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1.11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 박형준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박형준 언제나 밤이 오고, 잎들의 지문이 선명해지는 밤길을 걸어간다. 지난날의 향기를 간직하고 이쓴 열매의 맛이 아려온다, 꽃은 찢긴 살처럼 빛난다. 새벽 두 시에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머리위에 얹혀진 찬 달.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1.09
나를 위해 울어 주는 버드나무 / 이윤학 나를 위해 울어 주는 버드나무 이윤학 자신이 만든 그늘에 고개 숙이고 평생을 살 여자 있다던, 그 그늘 밑에 신문지 깔고 놀고 싶네 변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짜인지 알고 싶네 버드나무 그늘 벤치에서, 헤 입 벌리고 잠든 남자들 떠나기 위해 매미들이 악을 쓰며 울고 있네 그 여..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1.02
소나무 연가 / 이해인 소나무 연가 이해인 늘 당신에게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걸어가라 홀로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 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0.28
모슬포에서 / 김영남 모슬포에서 김영남 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라.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스-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0.22
일찌기 나는 / 최승자 일찌기 나는 최승자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0.21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갈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들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 시집/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2014.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