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랑하라 한번도상처받지 않은것처럼 48

바위 / 유치환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흐르는 구름머언 원뢰(遠雷).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두 쪽으로 깨뜨려져도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내 이름 없이 죽어갈 시인의 마음 / 박영숙영

내 이름 없이 죽어갈 시인의 마음 박영숙영 태고의 남빛을 안고 출렁이는 바다 쪽빛 하늘 바다를 품어도 하늘과 바다 사이 투명한 공간뿐이다 해풍을 쓸고 오는 하늘 바람에 하늘과 바다를 닮으려고 소금물에 가슴을 소독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길 버릴 건 모두 버..

오후 4시의 희망 / 기형도

오후 4시의 희망 기형도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중얼거린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