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 도종환 가을밤 도종환 그리움의 물레로 잣는 그대 생각의 실타래는 구만리 장천을 돌아와 이 밤도 머리맡에 쌓인다 불을 끄고 누워도 꺼지지 않는 가을밤 등잔불같은 그대 생각 해금을 켜듯 저미는 소리를 내며 오반죽 가슴을 긋고 가는 그대의 활 하나 멈추지 않는 그리움의 활 하나 잠 못드는 .. 도종환******* 2014.11.04
별에 쓰는 편지 / 도종환 별에 쓰는 편지 도종환 별에 쓰는 편지 부칠 곳 없는 편지 별에다 씁니다 들어줄 이 없어도 혼잣말로 써가고 보아줄 이 없어도 손으로 씁니다 맨 처음 썼던 말은 뒤따라오며 지워지고 보고 싶다는 한마디만 끝인사로 남습니다 밤마다 쇠창살을 손으로 부여잡고 부칠 곳 없는 편지 별에다 .. 도종환******* 2013.12.07
가을오후 / 도종환 가을오후 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나는 .. 도종환******* 2013.11.30
나무에 기대어 / 도종환 나무에 기대어 도종환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맺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 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도종환******* 2013.09.04
바람ㅇㅣ오면 / 도종환 바람Ol 오면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가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 2013.07.06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 도종환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도종환 저녁 바람이 라일락 나뭇잎을 일제히 뒤집는다 일이 잘 안풀려 마음이 복잡해지고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나는 창가로 간다 그리고 창밖의 나무들을 오랫동안 쳐다 본다 아름다운 꽃들은 지고 없다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견뎌온 나날들을 생각하며 나.. 도종환******* 2013.06.26
새벽별 / 도종환 새벽별 도종환 새벽 하늘에 돌아가지 못한 별 하나 떠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가장 고요해지는 때를 기다려 우리들 가장 가까운 곳까지 내려온 별인지도 모르지요 오손도손 사랑하고 가슴아파도 하는 얘기에 귀기울이다 모두들 소리도 발자국도 없이 돌아갈 때에 너무도 가까이 내려.. 도종환******* 2013.06.13
오월편지 / 도종환 오월편지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있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생각을.. 도종환******* 2013.05.31
축복 / 도종환 축복 도종환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 도종환******* 2013.05.29
별들은 따뜻하다 / 도종환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 도종환******* 201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