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아침..

노독 / 이문재

마지막 잎새 2011. 1. 29. 05:34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