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슬픈날의 편지 / 이해인

마지막 잎새 2011. 8. 8. 06:28

 

            슬픈날의 편지

             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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