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사랑의 역사 / 이병률

마지막 잎새 2011. 8. 10. 09:20



사랑의 역사
이병률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곳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두 자리는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쳤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고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하면 받치고 굳을 만하면 받치는 등 뒤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에 금이 가고 천정 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간데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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