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목백일홍

마지막 잎새 2011. 9. 29. 08:27


 

 

           목백일홍

            도종환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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