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랑하라 한번도상처받지 않은것처럼

바위 / 유치환

마지막 잎새 2011. 12. 16. 03:51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