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가을바다 / 한순희

마지막 잎새 2012. 10. 22. 01:53


가을연가

 

 




가을바다
한 순희

시리도록 파란 에메랄드빛 하늘
그 하늘을 닮은 바다는
언제나 가슴에 하늘을 품고 산다
그리하여 바다는 하늘색이다
사랑하는 이를 닮고싶은
그리움의 색이다

바라만 보는 하늘이 너무 그리우면
바다는 조용히 일어나 하늘로 간다
그러나 하늘은 너무 멀어 닿을 수 없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구름에 머물다 되돌아오곤 했지

여름내 북적이며 찾아온 사람들이
첨벙대며 가슴에서 소란을 피워도
긴 혓바닥 날름대며 백사장을 핥는
뜨거운 태양의 입김에 익어가는 바다는
그래도 여름이 좋았다

어느덧 푸르던 잎새 갈색 화장을 하고
바람부는 아스팔트 위로
하나 둘 말없이 질 때
시장판처럼 몰려왔던 사람들은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또다시 고요한 바다엔
파장(罷場)같은 적막이 감돌았다

외로움...
젖 몸살을 앓듯 온 몸에 한기를 느끼며
뜨거운 신열로 정신은 혼미한데
알음알음 친해진 우리사이
화려했던 지난 여름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과거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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