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내일을 실어 나르는 바람 / 강진규

마지막 잎새 2013. 4. 6. 00:35
내일을 실어 나르는 바람




내일을 실어 나르는 바람
강진규



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 집 창턱 위에
거리의 전신주 위에
하루를 향한 분주한 발걸음 위에

삶의 시작과 끝
뉘라서 알까
존재의 의미를 좇는 의문 부호 하나
아침 하늘에 떠올라
저혼자 팔랑이다
진홍의 파스텔 속으로 사위어가면
창틈으로 어둠은 밀려들고

더운 가슴은 바다로 가서
갈망하는 모든 것 파도가 되어 휘젓고
휘청이는 몸짓으로
마침내는 바다 한 끝에 주저앉는다

이내 바튼 울음을 터뜨리고
문득 돌풍으로 치달아
산등줄기에 다가가 부서지며
허탈한 가슴으로 벌판을 서성인다
기진한 석양녘엔
산그늘 억새풀에 잠긴다

어제의 바람
그렇게 불어왔고
오늘 또 이렇게 불어 가거늘
내일인들 어쩌랴
그저 아득한 그날로부터 그랬듯이
알 수 없는 모든 것은
바람 속에 있고

바람은 언제나 불어 가는 것
끝없는 되풀이 속에서도
다시금 기지개를 펴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