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그림자 / 이정하

마지막 잎새 2013. 6. 8. 00:13

 



그림자
이정하


그림자는
또 하나의 나
신의 가죽옷을
못 입은 죄의 껍질
인간의 발꿈치를 물어
죽음을 부른다.

나의 그림자는
일생을 유혹으로
서성거릴 뿐
뜨거운 포옹조차 거부한다.

온종일
발목을 미행하다
밤이면
내 살을 간음해 늙게 한다

내 운명이
최후의 시간을 알릴 때
가장 다정하게
내 볼을 맞대고 눕는다.

나의 그림자는
나로 태어나
어둠을 살다
어둠으로 사라지는
내게는 가장 긴 침묵이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제2악장 아다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