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그는 / 류시화

마지막 잎새 2010. 8. 26. 16:09







    그는 / 류시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