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마지막 잎새 2010. 12. 10. 05:00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이 있는 자는 빈 들녁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
        에서 은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녁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우사이 / 류시화  (0) 2010.12.28
      음악학교 / 류시화  (0) 2010.12.20
      시월 새벽 / 류시화  (0) 2010.10.28
      꽃등 / 류시화  (0) 2010.10.19
      들풀 / 류시화  (0) 2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