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不끄러운 사랑 / 이정하

마지막 잎새 2011. 3. 26. 22:33

 


 


 
不끄러운 사랑
이정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닐 듯싶은데 
난 그때마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해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나에게는 머언 나라의 종소리처럼 느껴집니다 
 
한때는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이야기할 수 없는 
 
당신들의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때 
분식집 구석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런 여자였지요. 
 
공무원도 해보고 사무실에도 있어 보았지만 
그 돈으로는 동생들 학비조차 되지 않더라고 
밤마다 흠뻑 술에 젖는 
그런 여자 였지요. 
 
그녀를 만나고서부터 
내겐 막니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막니가 생겨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그녀에게서 느꼈을 때 
그녀는 이미 먼 길 떠난 뒤였지요. 
 
사랑이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부끄럽습니다. 
 
숲속 길을 둘이 걷고 
조용한 찻집 한 귀퉁이에 마주 앉아 
귀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님을 믿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주어도 
채울 수 없는 사랑의 깊이를 
아직 난 잘 모르고 있으므로 
내게 아픈 막니를 두고 떠나간 그 여자처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기댈 수 있게 
한쪽 어깨를 비워 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