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설래임

마지막 잎새 2011. 12. 9. 07:30



 



 

설래임
도종환


단순하고 솔직한, 그래서 한편으론 통속적이기도 한 유행가의 노랫말 몇 구절이 자신도
모르게 며칠씩 입에서 되풀이해서 흘러나오는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랑이 비록 혼자사랑일지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때처럼 아름다운 때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빗발과 나뭇가지처럼 서로 스미지 못하고 바람과 구름처럼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자기 생에 있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동안만큼 아름다운 시절은 없습니다.
그 시절 만큼 마음이 순수해지고 맑아지는 때는 없습니다.
사랑하고 있는 동안처럼 순수하게 설레고 가슴 조이는 시간은 없습니다.

생에 있어서 그렇게 설레는 때가 많이 오는 게 아닙니다. 설레임을 잊은 지
오래인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문 여는 소리, 발자국 소리, 전화벨 소리,
낮은 숨소리 하나까지 온몸의 솜털이 모조리 일어서곤 하던 그 기대와 기쁨과 환희와 좌절과 실망을.
사랑의 기쁨이 왜 고통이고 사랑의 아픔이 왜 행복인지를.
천지에 꽃은 가득가득 피는데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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