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나는 차라리 빗물이고 싶다 / 양애희

마지막 잎새 2012. 3. 19. 00:20




나는 차라리 빗물이고 싶다
양애희


꿈결처럼 손길 닿은 흔적마다
마음 두드리는 비가 내린다
그 천개의 무색 숨결위에 서서
아흔아홉 붉은 추억이 걷는다

가슴 한치에 꽂은 그리움
스르르 작은 입술 열어
한꺼번에 쏟아지는 가슴에 못다한 말
끝도 없이 기울다가 다시 뒹군다

꿈결처럼 꿈결처럼
황홀한 생각 하나를 매달고
숨결처럼 숨결처럼 선채로 흐르는
뼛속에 스며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이름

풀길없는 강물위에 떨어진다
바튼 기침소리처럼 허공에다가
속절없이 오로지 쏟아낸다
글쎄, 나는 거기서 차라리 빗물이고 싶다

진즉 왜 몰랐을까
마지막 숨을 놓으며 그리움이 내린다
아, 빗물 턴 조팝나무 물 젖는 소리
네 곁에 거리낌없이 머무를 빗물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