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마광수
술을 마시기 위해서 안주가 있는 것인지 안주를 먹기 위해서 술이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너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 것인지 사랑을 하기 위해서 너를 만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사랑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았는데 만나서 뽀뽀나 하고 장미여관에나 가고 이런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더 숭고하고 고상한 애틋한 아, 그래 마치 '독일인의 사랑' 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그런 천사 같은, 성모 마리아 같은 여자와 만나 " 유 ' 아 ' 마이 ' 데스티니" 해 가며 전심전력(全心全力), 이심전심(以心傳心), 영혼을 바쳐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만나 봤자 그저 그렇고 그런 이 사랑 남인수의 노래 '청춘고백'에 나오는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 보면 시들허고" 라는 가사 같은 시큰둥한 이 사랑
그래도 네가 떠나니 허전하다 만날 땐 별 것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곁에 없으니 너무나 고독, 적막, 쓸쓸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혼자서 김수희의 '멍에'를 들으며 청승맞게 술을 먹는다 안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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