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술 / 마광수

마지막 잎새 2012. 11. 16. 00:19

 





마광수


술을 마시기 위해서 안주가 있는 것인지
안주를 먹기 위해서 술이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너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된 것인지
사랑을 하기 위해서 너를 만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사랑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았는데
만나서 뽀뽀나 하고 장미여관에나 가고
이런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더 숭고하고 고상한 애틋한
아, 그래 마치 '독일인의 사랑' 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그런 천사 같은, 성모 마리아 같은 여자와
만나 " 유 ' 아 ' 마이 ' 데스티니" 해 가며
전심전력(全心全力), 이심전심(以心傳心),
영혼을 바쳐야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만나 봤자 그저 그렇고 그런 이 사랑
남인수의 노래 '청춘고백'에 나오는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 보면 시들허고" 라는 가사
같은 시큰둥한 이 사랑

그래도 네가 떠나니 허전하다 만날 땐
별 것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곁에 없으니 너무나 고독, 적막, 쓸쓸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혼자서
김수희의 '멍에'를 들으며
청승맞게
술을 먹는다
안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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