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자연과 사람

우음도 왕따나무

마지막 잎새 2013. 1. 2. 00:36

 

우음도 왕따나무

 



인내의 흔적은 줄로 남는다
가영심

 

 



고통은 단지 견뎌내야 할 가시가 아니라
함께 껴안고 가야 할 삶의 동행자인 것을
그리하여
오래 길들여진 상처만이
자작나무 흰 몸에 인내(忍耐)라는 줄을 그어감을 

깨달았다

지난 오랜 세월을
우리는 무엇을 소망하며 살아가는지도 잊은 채
생존이란 이름을 지켜내느라
단단해진 고뇌 혹은 욕망의 파편 모서리에 부딪히며
보이지 않는 피 흘리며 살아왔다

시간이 영원을 껴안을 것 같은
적막 풀어놓은 산언덕 기대 누운 어둠 속에

달빛은 자작나무 흰 기둥을 눈부시게 비추면서
홀로 기다림의 구슬인 듯 꿰어보다가
인내와 상처를 시원(始原)의 숯으로 잠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