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홀로 가는 숲 / 손순미

마지막 잎새 2013. 2. 25. 00:56

 

 





조금씩 어둠의 지퍼를 따는 불빛

산모롱이에서 쓰러지는 것이 보인다

신음하는 산허리를 기어나오는

 길은 튼튼한 뱀처럼 자꾸만 꿈틀거리고

  암내나는 머리숲이 털어낸 솔바람 소리

    밤공기에 기대어 길을 연다

홀로 가는 숲
손순미                                      허공은 소슬한 산새음으로 잦아지고

 체온을 식힌 별들 먼 집으로 돌아간다

  새 대신 어둠을 지저귀는 숲

  새벽은 벌써 발치에 와서 자리를 편다

 새벽은 다시 숲의 아랫도리를 벗기고

  수척한 사람들의 욕망이

  더 큰 육신의 눈빛을 번뜩이며

 쓸쓸히 물에 잠긴다

물 속에선 이리 환한 길

물 밖의 세상은 아무래도 허망하구나

달아나는 길을 등진 마을이

수초처럼 질긴 하체를 일렁인다.






 

♬ Paul mauriat-Butterf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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