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수채화로 그린 절망 1 / 서정윤

마지막 잎새 2013. 5. 15. 00:03

 


 

수채화로 그린 절망 1
서정윤

 



내가 묻기도 전에 해는 서산에 진다.
시간의 질문들이 줄지어 따라간다.
결국 그대는 흑백사진의 한 장면으로
기억의 한쪽 면을 차지할 것이다.



영혼을 학대하기 위해 육신을
팽개쳐 버린 모습으로
내 앞에 섰을 때 나는
그대의 고통을 읽기에 앞서
가슴 아리는 절망으로 빠져들었다.
내 짊어져야 할 그 짐들을
그대에게만 맡겨두고, 나는
잘도 잠을 잤구나. 그대 지친 몸으로
잠 이루지 못해 뒤척일 때도
나는 어줍잖은 낱말이나 맞추며,
싸구려 추억에 잠겨 잔을 들었구나.
내 앞에서 말없이 흐르는 그 흔적들과
함께 추락하며
여기쯤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억겁 윤회로 인해 나 여기 서 있다면
앞 생의 어떤 인연의 끈으로 나는 그대에게
이만큼의 고통을 안겨 주었나.
시간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고
이미 예약된 다음 생을 느끼면서도
구름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나를 본다



 


물같은 사랑-최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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