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마지막 잎새 2013. 7. 14. 01:36

 




내 속의 가을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픔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 - 을




 

'사랑이란 이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속의 방 / 김명리  (0) 2013.08.14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다   (0) 2013.07.19
당신의 앞 / 김용택  (0) 2013.07.13
그대를 사랑합니다 / 윤보영  (0) 2013.07.09
사랑의 의미 / 안국훈  (0) 201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