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랑하라 한번도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쓸쓸한 날에 / 강윤후

마지막 잎새 2010. 8. 30. 15:34

 




 

쓸쓸한 날에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를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을  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 가끔씩
그래 ,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찍해지는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 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打電하는 것 같기에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