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신비의 꽃을 나는 꺽었다 / 류시화

마지막 잎새 2010. 9. 16. 11:10

 

 

 

 

 

신비의 꽃을 나는 꺽었다
류시화


 


세상의 정원으로 나는 걸어 들어갔다
정원 한가운데 둥근
화원이 잇고 그중심에는
꽃하나 가 피어 있었다

그꽃은 마치 빛과 같아서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셧다
나는 둘레 에 핀꽃을 지나
중심에 있는
그꽃을 향해 나갔다

한낮이었다 그길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야만 했었다.
누구의 화원인지는 모르지만
그순간 그 것은
나를 향해 저의 세계를
열어 보이는 듯 했다

밝음의 한가운데로 나는 걸어 갔다
그리고 빛에 눈부셔 하며
신비의 꽃을 꺽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잃고
페허로 변하는 것을

둘레의 꽃들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지고
네 손에 들려진 신비의 꽃은 아주 평범한
시든 꽃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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