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것들 / 류시화 ㅎr얀 것들 류시화 날개 물 위에 뜬 빛 어린시절의 기억 외로운 영혼 죽음 뒤에 나타나는 빛의 터널 자작나무의 흰 껍질 강의 마른 입술 오래된 상처 사막은 무슨 생각을 하며 하얗고 긴 생을 견디는 걸까 여기 하얀 것들이 내 곁에 있다 오래된 상처 강의 마른 입술 자작나무의 흰 껍질 죽.. 류시화******* 2012.09.07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 류시화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류시화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 첫번째 집 시작 노트의 첫장에 시의 첫문장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 안에서 .. 류시화******* 2012.08.09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 류시화******* 2012.07.12
빈 둥지 / 류시화 빈 둥지 류시화 고요한 숲 나뭇가지 위에 둥지가 하나 있다 어느 여름날 나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이고 가시나무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낮에 잎사귀가 넓은 식물들 곁을 지나 아무도 몰래 나무 밑으로 접근했다 새는 그때가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언젠가 입.. 류시화******* 2012.06.05
무언가 / 류시화 무언가 류시화 ㄴr는 벽돌의 감방 속에 갇힌 적이 없다 손바닥만한 창문으로 오월 하늘을 내다보며 무언의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 종달새처럼 비상하기 위해 불안하게 날개를 퍼덕인 적은 있었다 그것도 젊은 시절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난 자유인인 체하지는 않으리라 바람처럼 쉽게 .. 류시화******* 2012.04.20
사랑이란 / 류시화 사랑이란 류시화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장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류시화******* 2012.04.04
짧은 노래 / 류시화 짧은노래 류시화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남을 아파하더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올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 류시화******* 2012.03.22
구름은 비를 데리고 / 류시화 구름은 비를 데리고 류시화 ① 바람은 물을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새는 벌레를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구름은 또 비를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나는 삶을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② 달팽이는 저의 집을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자 .. 류시화******* 2012.03.13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 류시화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류시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 류시화******* 2012.03.05
함께 있다는 것 / 류시화 함께 있다는 것 류시화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사람은 누구나 홀로 태어난다. 그리고 죽을 때도 혼자서 죽어 간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도 혼자서 살 수밖에 없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류시화******* 201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