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남편 / 문정희

마지막 잎새 2010. 12. 10. 04:12




남편
문정희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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