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

겨울 해안가에서 / 한소원

마지막 잎새 2013. 1. 12. 00:16

 



겨울 해안가에서
한소원


사랑이라고 썼다 지우고
이별이라고 썼다 지우고
당신이라고 썼다 지우고
고 썼다 지운다

눈물이라고 썼다 지우고
그리움이라고 썼다 지우고
인생이라고 썼다 지우고
죽음이라고 썼다 지운다

해안가 파도가 자꾸 지워버린다

사실은,
시리게 검지 손가락을 모래에 박고

사ㄹ...
ㅏㅇ이H...
ㅡㅕㄹ다...
ㅇ 신ㄴㅣ...
ㅡ눈ㅁ...,
완성되는 것 없이도
파도는 자꾸 지운다
쓰지 않아도 자꾸 집어삼킨다
어느 영화에서의 자식에게 살해당하는 어미같이
내 손톱 살점을 집어삼킨다

처음부터 깨끗했던 것이
다시
퍼렇게
깨끗하다

한참 바라보다
손을 비비어 털고는 자리를 일어선다



안녕, 엄마

 

.


Great Pretender- Freddie Merc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