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어느 가로수의 日記에서 / 이외수

마지막 잎새 2014. 3. 25. 12:53
 

 

 

 


어느 가로수의 日記에서
이외수


다시 어둠이 내립니다
도시에는 어둠이 내리면
안식보다 외로움이 먼저 찾아듭니다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폐병을 앓는 달 하나
기력 없는 얼굴로 떠오릅니다

하나님 제가 진실로
당신이 말씀으로 지으신 한 그루 나무라면
왜 제 영혼 속에는 아직
단 한 마리의 새도
날아와 집을 짓지 않는 걸까요

밤새도록 기도하고
늦잠에서 깨어나 보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올라 있었고
내 발밑에 드리워진 그늘을 이불삼아
노인 하나 숨져 있었다
유난히 햇볕이 따스한 봄날
새가 되어 날아가는 노인의 영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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