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기도의 편지 / 서정윤

마지막 잎새 2014. 4. 13. 05:31

 

 




기도의 편지
서정윤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 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으로 외로와 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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