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 서정윤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 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 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 보이며 지나 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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