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누구의 연인이 되고 싶다 / 이채
` 호숫가엔 자줏빛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옛 추억의 향기를 적시며
한 편의 영화처럼 촉촉이 비가 내릴 때
연인과 나는 팔짱을 끼고
셀부르의 노란 우산을 쓰고 있겠지
첫사랑 찾아오는 설레임으로
창이 넓은 통나무집 카페에서
꽃잎의 하얀 빗방울이 꽃보다 더 예쁠 때
연인과 나는 마주앉아
차 한 잔의 은은한 낭만을 즐기고 있겠지
영화 속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소설 속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그리움이 하얗도록 비가 오는 날
누구에게 핑크빛 장미 한 송이 건넬 수 있다면
지금은 차가운 빗소리만큼 조금은 쓸쓸해도 좋겠지
비 오는 날엔 누구의 연인이 되고 싶다
아직 그 사람 얼굴은 알지 못하더라도
꿈 속의 은방울 새처럼
숲 속의 요정처럼 만날 수 있다면
연인과 나는 비는 떠나도
셀부르의 빨간 우산을 잊을 수 없겠지
아직 그 사람 이름은 알지 못하더라도
비 오는 날엔 누구의 연인이 되고 싶다